시부문 우수상
외할매 쌈지
강매화(중국)
외할매 쌈지돈은
그 한없이 늘어난 사각팬티 앞
언제나 핀으로 단단히 봉쇄되어 있었다
얼마나 들어있을가
요술주머니처럼 꺼내도 꺼내도
끝을 모르고 계속 나오는 외할매 쌈지돈
어른이 되고 시집을 가고
자식까지 낳고 이제
이 외손녀도 마흔이 넘었는데
그래도 설이면
꼬박꼬박 나와주는 꼬깃꼬깃한 세뱃돈
외할매 쌈지 안은 항상 궁금하기만 했다
외할매 몸져누우신 날
나는 빨래하느라 모처럼 그 쌈지를 뒤져보았다
거기에는 의례 돈이 조금 들어있었고
그리고 아
남쪽 나라 외할매 고향 주소가 적힌
돈보다 더 쭈글쭈글한 종이쪼각이 들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