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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소식

그곳에 찾아가면 목은 이색 삶의 자취가
작성일
2015-01-29

[추천 겨울 여행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전통한옥/영덕 괴시리 전통마을



영덕 괴시리 전통마을의 아름다운 설경.


 
경북 영덕 강구항은 영덕대게의 본고장이다. 대게 살이 실해지는 이맘때쯤이면 영덕대게를 맛보려는 미식가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어항의 새벽은 늘 활기 넘친다. 하얀 입김을 뿜어내며 어항의 첫새벽을 여는 어민들의 억척스러운 모습이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강구항에서 축산항, 대진항을 거쳐 대진해변까지 약 28km의 구간에는 동해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로가 이어진다. 근래 ‘영덕대게로’라 개명됐지만, 여전히 ‘강축해안도로’로 불리는 이 길은 어디서나 창망한 동해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굽잇길을 돌아설 때마다 불쑥 나타났다가 총총히 뒷걸음치는 어촌과 포구의 정경도 인상적이다.
 
대진해변 삼거리에서는 영덕대게로와 고래불로, 예주목은길이 갈린다. 그 가운데 예주목은길을 따라서 영해 방면으로 1km쯤 가면 고래등 같은 기와집들로 빼곡한 마을 어귀에 다다른다. 이곳이 바로 영덕군 영해면의 괴시리 전통마을이다. 1260년(고려 원종 1년)에 함창김씨가 처음 이곳에 터를 잡았다고 한다. 그 뒤로 영해신씨, 신안주씨 등이 정착했다. 1630년(조선 인조 8년)에는 영양남씨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성씨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감으로써 오늘날과 같이 영양남씨의 집성촌이 되었다.
 
괴시리는 고려 말의 대학자 목은 이색(1328~1396)의 고향이다. 원래 지명은 근처의 연못 이름을 따서 호지촌(濠池村)이라 불렸다. 오랫동안 중국 원나라에 머무르다 귀국한 이색이 고향 호지촌과 중국 괴시마을이 비슷하다고 해서 괴시(槐市)로 고쳤다고 한다. 지금도 주민들은 호지마을이라는 지명을 애용한다.
 


이문열 소설 <젊은 날의 초상>의 배경으로 알려진 대진해변의 겨울 바다.
 
30여 채의 전통가옥 마치 외갓집 방문한 듯
 
괴시리에는 목은 이색의 자취가 곳곳에 산재한다. 마을 안쪽의 야트막한 산자락에 위치한 목은의 옛 집터에는 근래 ‘목은이색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마을 부근의 산등성이에는 그가 바다를 굽어보던 관어대도 있다. 괴시리에서 멀지 않은 ‘고래불’이라는 해변도 목은이 관어대에 올라 고래들이 튀어 오르며 헤엄치는 광경을 보고 붙인 지명이다.
 
현재 괴시리 전통마을에는 30여 채의 전통가옥이 있다. 괴시파종택, 물소와고택, 경주댁, 대남댁, 영은고택, 주곡댁 등을 비롯한 고택들은 서남향으로 자리 잡았다. 동쪽에 솟은 망일봉과 망월봉 자락에 등을 기댄 탓이다. 그래도 시야가 좁거나 답답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서쪽에 경북 동해안의 3대 평야 중 하나인 영해평야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마을 뒤편의 나직한 언덕에 올라서면, 고택들의 기와지붕 너머로 영해평야의 너른 들녘과 낙동정맥의 우람한 산줄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마을의 고택들은 대부분 개방돼 있다. 집주인들은 최소한의 예의만 갖추면 어느 누구라도 집 구경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목은사색길'이 지나는 대소산 봉수대에서 바라본 축산항의 동틀 녘 풍경.
 
괴시리 마을을 거쳐가는 영덕 블루로드의 ‘목은사색길’을 아예 걸어보는 것도 좋을 성싶다. 영덕 축산항과 고래불해변 사이의 17.5km 구간을 잇는 이 길은 괴시리 뒤편의 울창한 솔숲과 마을 안쪽의 흙담 길도 두루 거쳐간다. 괴시리 다음의 경유지인 대진항부터 고래불해변까지 6.4km 구간에서는 탁 트인 바다와 바닷가 솔숲을 따라 걷는다.
 
이 길에서 지나는 대진해변은 소설가 이문열이 쓴 <젊은 날의 초상>의 배경이기도 하며, 그 풍경이 퍽 역동적이다. 하얀 포말을 날리며 쉼 없이 밀려드는 파도의 위세가 대단하다. 반면에 이곳 해변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송천 물길은 잔잔하기 그지없다. 작은 호수로 변신한 송천 하구에서는 고니, 청둥오리, 고방오리 등의 겨울철새가 한가로이 헤엄친다. 참으로 평화롭고 건강한 자연이다. 뭐든지 간에 살아 있는 것이 무엇보다 아름답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글·사진  양영훈(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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