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인들에게는 2003년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끔찍한 한 해였다. 전 세계를 강타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가 홍콩에 몰아치며 사회는 전반적으로 붕괴 조짐조차 보였었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2003년 당시 홍콩에선 무려 1,755명이 사스에 걸려 299명이 사망했으며, 사회 전반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을 기피할 정도로 불신은 쌓여 갔으며 경제적으로도 손실이 막대했다.
2015년 ‘메르스’라는 상상도 못 했던 중동발 전염병이 한국을 뒤흔들고 있다. 메르스에 감염된 한국인이 홍콩을 경유해 중국에 입국한 사실이 알려지며 홍콩에서는 연일 메르스 사태를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사스로 인해 전염 질환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홍콩인들에게 현 메르스 사태는 상당히 예민한 사안이다. 결국, 홍콩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지난 9일 한국에 적색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안전상의 이유가 아닌 보건이유로 타국에 대해 공식 여행 경보를 발령한 것 또한 처음이다.
코윙만 홍콩 보건국장은 한국으로의 불필요한 여행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으며 불안한 홍콩 시민들은 한국행을 대부분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홍콩 로컬 여행사에 따르면 한국행을 계획하고 있던 80% 이상의 홍콩인들이 여행을 취소하거나 보류시켰다고 밝혔다. 여름휴가를 포기할 수 없는 일부 홍콩인 들은 한국을 대체할 여행지로 주로 일본과 대만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인들이 휴가지로 즐겨 찾는 일부 동남아 국가에도 메르스 발병 소식이 들려와 동남아 관광을 하려는 홍콩인 수도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20일 계획했던 한국행을 포기했다고 밝힌 홍콩인 페트릭은 “한국에서 친척의 결혼식이 있어 부모님과 함께 참석할 계획이었지만 연로한 부모님의 건강을 우려해 이번 한국행은 접기로 했다.”며 “메르스 사태와 관련, 홍콩인들 사이에서는 노인과 아동들을 중심으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는 반응이 많다.”고 상황을 전했다. 일부 홍콩 네티즌들은 블로그, SNS 등을 통해 교류하며 한국 정부의 질병 대처 능력에 대해 토론을 벌이기도 하고 한국 여행을 자제하자는 의견을 내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해 홍콩 내 한인 사회에는 큰 타격은 없는 상황이다.
한인 식당과 한인 슈퍼마켓은 예전과 다름없이 성황을 이루고 있으며 일부 언론의 보도와 달리 한국인에게 직접적으로 거부감을 보이는 홍콩인들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홍콩에서 열렸던 빅뱅의 콘서트에도 우려와 달리 수많은 팬들이 일정대로 참가해 성황리에 행사를 마쳤다. 사스로 인해 큰 예방 주사를 맞아봤던 홍콩인들은 ‘굳이 이 시점에 한국행을 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는 한국 여행을 생각 중인 50명의 홍콩인에게 메르스 관련 한국 방문의 상관관계에 대해 물어봤다. 50명 중 50명 전부가 메르스 발병 현시기에 한국에 가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사태가 누그러지면 한국행을 고려하겠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대부분이 이번 여름 기간에는 한국에 가는 것을 포기한다고 밝혀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한 중화권 관광객 관련 관광 적자는 8월 정도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할 수 있었다. 홍콩에서도 사스 사태 후 관광 사업 등이 흔들렸지만 재 안정화라는 것을 경험한 홍콩인들은 이번 한국의 메르스 사태에 우려를 보이면서도 곧 정상화 될 것을 확신하고 있는 눈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