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한-러 음악인들 문화 교류 및 우호 증진 다짐하며 클래식 협연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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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5-01-27

한러 수교 25주년을 기념하는 연주회가 14일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홀에서 열렸다. 2012년 한국서 <볼쇼이 극장 솔리스트 콘서트 오페라> 공연으로 한국에 이름을 알린 아나톨리 레빈이 지휘를 맡았다. 피아니스트 김형규 한양대 명예교수와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가 솔리스트로, 러시아 연주자들이 오케스트라로 출연했다. 한러수교 25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이번 행사는 한국과 러시아 양국의 문화교류 및 우호 증진을 선율에 담아 염원하는 자리가 됐다.


이번에 협연이 진행된 차이콥스키 홀은 러시아 음악 성지라 불린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클래식 거장들이 이곳에서 연주한다. 이날 한국 클래식계를 대표하는 두 명의 연주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아나톨리 레닌의 지휘에 맞춰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12번 가장조 K.414>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Violin Concerto in E minor Op.64>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 e단조 Op. 64>을 차례대로 선보였다. 협연에 대한 청중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한국과 러시아 연주가들의 협연은 한국과 러시아 간 국경을 선율로 넘나들며 아름다운 화음을 청중들에게 선사했다. 이번 협연에서 선곡된 작품의 연주시간은 러닝타임은 20분쯤 됐다. 통신원은 3곡의 클래식 음악 가운데에서도 양성식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Violin Concerto in E minor Op.64>이 어려웠던 두 나라의 역사를 옮겨놓은 것 같아 유난히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오케스트라가 소곤대듯 화음을 만들어내자 어느 순간 바이올린 소리가 칼바람 같은 선율을 쏟아낸다. 격정적이고 음울하면서도 화려한 선율이다. 독주 바이올린에 이어 관현악기들이 분위기를 압도하기 시작한다. 멘델스존의 음악은 아름다운 가락과 밝은 음색이 특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이올린 협주곡(Violin Concerto in E minor Op.64>의 1악장은 비장미가 넘친다. 마치 당시의 한국과 러시아처럼 말이다.
 

한국과 러시아(구소련)가 수교를 맺은 1990년은 냉전 이데올로기가 채 가지지 않은 때였다. 한국과 소련의 수교는 양국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의 합치와 미국과 소련 간에 화해 분위기가 맞아떨어지면서 이루어진 역사적 사건이다. 혁명의 실패, 공산주의 붕괴와 개혁 개방에 러시아의 사회상은 무척 혼란스러웠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군부독재 시절의 잔재 청산,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내며 2007년에는 사상 초유의 국가 부도 사태와 IMF 외환위기도 겪었다.

당시 소련 최고위원으로 한국과 러시아(구소련)가 수교를 맺는데 공헌한 김영웅 극동연구소 한국학센터소장은 이렇게 전했다. “한·소 수교 공동성명은 당시 한국에 있어서 아주 의미 있는 일이었어요. 생각해보세요. 당시 지구의 1/6이 공산주의국가였으니 한국은 세계 1/6과 수교를 맺은 셈이지요.”


한국과 구소련의 수교는 한류에 있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는 게 본인 생각이다. CIS 국가는 러시아를 비롯해 우크라이나·벨라루스·투르크멘·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탄·카자흐스탄·타지크·몰다비아 등 11개국을 일컫는데 이 국가들은 여전히 러시아어를 제2외국어로 사용하며 러시아어로 의사소통이 자유로워서 이주노동자들이 모스크바에 많이 있다. 통신원도 구소련 국가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러시아 남동부에 위치한 우즈베키스탄이나 키르기스탄, 카자흐스탄에서 온 CIS 친구들은 대뜸 한국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낸다. ‘겨울연가’를 무척 감상 깊게 봤다고 운을 떼기도 하고 휴대 전화에 저장된 K-POP을 들려주기도 한다.
 
 
 
문화 외교란 말은 자주 듣는다. 연예인들에게 문화 외교관이란 딱지를 자주 붙인다. 정부차원의 공식적인 외교적 노력에 못지않게 민간차원의 친선과 상호 문화 교류활동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과 러시아는 수교 이후 정치경제 분야에 있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 이에 반해 사회문화적인 교류 협력은 미흡하다.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 주요국가들 사이에는 풍부한 문화 인적자원과 경험, 다양한 문화교류단체 활동, 문화사업 재정의 탄탄함 등으로 민간차원의 각종 문화교류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한국과 공식적으로 외교관계가 시작된 지 25년이 지났지만, 문화적 교류는 미흡하다. 정부 중심의 문화사업과 더불어 민간차원의 교류 영역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가 간 관계 발전에 문화 교류는 필수적이다. 한러 수교 25주년을 맞이한 지금 우리의 한류 스타들이 한러 문화 외교에 군불을 지필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날 협연은 대립과 갈등을 넘어 ‘다름’을 인정하면서 ‘같음’을 추구하는 서곡이 아니었나 싶다. 서방의 압력에 지쳐있는 러시아인들에게 있어 한국 대중문화의 활력과 따듯한 입김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출처: 주러시아 한국문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