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이 세계시장에서 한국음악의 대표적인 얼굴로 자리 잡은 것은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한류 국가에서 한국 음악에 대한 인식이 아직 ‘강남스타일’을 위시한 가요에 머무르고 있는 것과 비교하자면, 헝가리는 참 예외적인 경우이다. ‘월드뮤직’ 으로 소개된 전통국악그룹 ‘정가악회’의 성공적 공연의 현장을 취재하면서, 헝가리인들의 한국 전통음악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헝가리 현지의 우리 국악의 위상에 대해 재조명해보고자 한다.
정가악회는 2000년 2007~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단체 집중육성 프로그램에 선정, 2009년 KBS 국악대상을 수상하며 문화예술분야 사회적 기업으로 적극적인 해외활동을 하고 있는 음악그룹이다. 이번 부다페스트에서의 콘서트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최, 문화관광부 후원으로 헝가리, 벨기에, 프랑스의 유럽 투어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다뉴브 강가, 부다페스트의 중심부 세체니 다리와 성 이슈트반 성당 광장 사이에 위치한 공연장 Duna Palota 에서 열린 이번 콘서트에는 280명 가량의 관객이 참석, 만석을 이루었으며 티켓은 이미 개시 3일 만에 80%의 예매율을 기록했다. 또한 헝가리의 Hir TV를 비롯, 영향력 있는 주요 문화예술포털 artnews.hu, Fidelio, port.hu 등의 주요 웹진 등 총 33건의 미디어에서 정가악회의 공연소식을 전했다.

<정가악회 부다페스트 DunaPalota 에 모인 관객들 - 출처: 헝가리 한국문화원>
언론에 소개된 우리 국악은 유네스코 지정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 가곡, 아리랑, 판소리의 세계적 위상을 언급하며 월드뮤직으로 분류되는 우리 국악의 세계화에 대한 내용으로 이어졌다. 지난 2013년 스페인의 공연에서 판소리와 플라멩고의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한 정가악회의는 국악의 잠재력이 실로 외국 전통음악 및 인접장르와의 협업의 가능성이 크다고 이야기한다.
“플라멩고의 리듬과 창법은 실로 판소리와 많이 닮아있습니다. 두 민속음악의 성공적인 협연은 앞으로 우리 국악의 창작작업에 있어 다른 나라의 전통음악과의 만남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정가악회의 헝가리 공연 포스터>
헝가리의 전문음악채널 Tilos라디오는 정가악회의 단장 천재현과의 인터뷰 중,
“유럽에서의 한국전통음악은 샤머니즘 정서에 기반한다고 여겨진다. 근래에는 퓨젼이라는 이름아래 서구화된 한국 국악을 접하고는 하는데, 전통을 지키면서 오늘날 한국 국악이 있어야 할 자리에 대해 고민하는 정가악회의 본 공연은 오늘날 한국 국악의 현주소를 헝가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본 공연에서 정가악회는 총 8곡의 레퍼토리를 비롯, 세 번의 뜨거운 앵콜공연을 이끌어냈다. 경기민요 ‘긴 아리랑’, 황해도민요 ‘난봉가’, 제주민요의 이야옹 타령을 모티브로 삼아 섬지역의 짙은 토속성을 보여준 ‘이야옹’ 등 우리민요를 수준 높은 연주로 소개했고, 강원도 평창 아라라에 플라멩고의 리듬을 접목한 ‘알리오’, 유럽 신대륙 발견 당시의 브라질 이름을 곡명으로 붙인 ‘베라크루즈’는 브라질 음악을 한국적 음색으로 연주한 작품이다. 마지막 레퍼토리 ‘회심곡’과 ‘민요연곡’에서는 우리 국악의 철저한 보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며 전통 국악의 진수를 선보였다. 피리와 생황을 연주한 이향희 단원이 서툰 헝가리어로 악단 소개를 준비하여 공연장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도했고 현지인 관객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낸 것 역시 공연의 별미였다.
관객들은 페이스북에 찬사를 담은 반응들을 표했고, 주 헝가리 한국문화원에는 공연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며 극찬을 담은 피드백이 이메일로 여러 통 전달되었다.

<정가악회의 공연 후, 페이스북 관객 반응>
주헝가리 한국문화원에 따르면, “대금, 전통무용 오고무, 가야금 등 악기강습에 참여한 헝가리인들은 학생으로 머물지 않는다. 이들은 이미 지속적인 음악 커뮤니티를 만들어 우리 국악을 재창조하는 뮤지션들로 거듭나고 있다.” 며 헝가리 현지에서 우리 국악의 남다른 반응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 2월 개강한 가야금 강습에는 총 10대의 가야금을 두고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총 50명 남짓의 학생들이 몰려들었고 결국 2회로 예정되었던 수업은 수차례의 집중강의로 거듭났다. 강사는 국립국악원의 가야금주자 임은정이 특강으로 자리했다. 인근국가 독일 한국문화원 등의 가야금 강습이 한국인 학생들로 구성된 것과 비교하면 현지인의 100%참여율에 4배수가 넘는 대기자가 우리 악기를 배우기 위해 줄을 서는 상황은 이례적인 일이다.
대금을 연주하는 헝가리인들은 ‘봄바람’이라는 음악그룹을 만들어 정기적 연습을 이어가고 있고, 현지인으로 결성된 한국무용단 ‘무궁화’는 한국문화원을 통해 초빙된 한국무용강사들의 지도를 거쳐 올해 여름에는 드디어 한국에 방문하여 초청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렇듯 헝가리 현지에서의 우리 국악 및 전통문화는 구태의연한 민속장르의 얼굴로 머무르지 않고, 매우 적극적으로 재생산 되고 있는 중이다. 정가악회의 성공적 공연을 통해 우리 국악의 품격과 넓은 스펙트럼을 체험을 선사하고, 한국전통음악이 오늘날 현지에서 어떻게 공존하며 재해석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긍정적 미래를 보여준 공연이었다.
